국내 첫 레즈비언 부부, 딸 낳았다…"백인 정자, 눈·코 나 닮아 신기" - 2023-08-31
올해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이 0.7명이라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30일, 국내 최초로 임신한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32)씨·김세연(35)씨가 딸 '라니'(태명)를 출산했다고 알렸다.
이날 새벽 4시30분쯤, 부부의 딸 라니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10여분 뒤 규진씨는 자신의 SNS에 "오출완, 오늘 출산 완료라는 뜻"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엄지를 들어 올린 사진을 게재했답니다.
아내 세진씨가 일하는 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해 출산까지 무사히 마친 규진씨는 "아내가 탯줄도 자르고 보호자가 하는 거 다 했다. 만나는 모든 (병원) 스태프가 아내가 내 보호자인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관계란에 꼬박꼬박 '배우자'라고 적어줬다"고 말했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앞당겨져 태어난 '라니'는 동양란 서양란이 반반 섞인 대형 난초가 등장한 태몽에서 따온 태명이라고 한다.
앞서 두 사람은 2019년 미국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같은 해 11월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는 한국에서도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으나, 서울 종로구청은 이를 불수리했답니다.
이후 규진씨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엄마가 둘인 가족은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아 라니의 출생신고서엔 규진씨 이름만 올리게 됐다.
딸 라니를 본 세진씨가 "자기랑 너무 닮았다"고 하자, 규진씨는 "백인 기증자 정자가 섞였으니까 뚜렷한 모습일 줄 알았는데, 그냥 내 눈과 내 코였다"고 신기해했다.
출산 소식을 알린 규진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딸에게 엄마가 2명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가족이 있다고 설명해주고 싶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너를 원해서 너를 낳기로 결정했고, 친절한 남성분이 헌혈하는 것처럼 도움을 줬지만 아빠가 있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할 거다"라고 답했답니다..
국내 최초 딸 출산 공개한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김세연 인터뷰 - 2023. 8. 30
둘 다 MBTI가 ISTJ(현실주의자)인 세 살 터울 커플이 서울에 산다. 마취과 의사, 글로벌 기업 마케터로 열심히 일하며 꼬박꼬박 세금도 낸다. 2019년 식을 올린 결혼 4년 차 부부(婦婦)에게 지난해 아이가 생겼다. 합계출산율 0.78명 시대에 얼마나 가상한 커플인가. 하지만 이들을 이렇게만 소개하긴 좀 심심하답니다.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을 자처하는 김규진(32) 씨는 6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임신 소식을 밝혔다. '대한민국 저출생 대책 간담회’라는 정부발 보도자료에서 볼 법한 제목으로 베이비 샤워도 열었다. 그리고 8월 30일 '라니’(태명)가 태어났다. 규진 씨가 화제에 오른 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9년 자신의 결혼 준비 과정을 블로그에 공개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를 정리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2020)라는 이름의 책도 출간했습니다.
이제 규진의 아내 김세연(35) 씨도 함께 언론 카메라 앞에 선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차피 아기 엄마로 커밍아웃 해야 하는데 한 번에 해버리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취지다. 8월 12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해진 레즈비언 커플에게 아주 평범했던 결혼과 임신에 대해 물었다.
첫 만남부터 시작해보죠.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에 세연 씨에 대해 "모범생 같은 외모에, 차분한 말투로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썼습니다. 첫인상이 기억나나요.
규진 | 셀프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제가 먼저 글을 올렸죠. 저는 사진도 공개하는 편인데, 보통은 안 그러거든요. 와이프가 제게 사진을 보냈는데 형체를 알 수 없는, 흔들린 사진이었어요. 그래서 안 되면 '친구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소개팅에 나갔는데 멀쩡한 사람이 나왔던 것입니다.
세연 | 사진 교환이 어색해서 그랬어요. 저는 주변에 스스로를 오픈하는 퀴어 친구가 없어서 조금 걱정했어요. 실제로 만나서 얘기해보니 적극적이고 직설적이더라고요.
이상형과 부합했나요.
규진 | 저는 사실 차갑고 날씬하고, 엄청 예민할 것 같은 외모를 이상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을 막상 만나고 싶진 않았어요. 연애할 때는 귀엽고 유머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을 원했는데 언니와 그런 부분이 잘 맞아서 좋았답니다.